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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이 나는 지리여행] 가평천 지리여행(Gapye..
[과학향이 나는 지리여행] 가평천 지리여행(Gapyeongcheon Geotravel)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뭘 좀 알아야 하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뭘 좀 알아야 하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과학향기에서 5월부터 새롭게 지리여행을 테마로 한 칼럼을 마련했습니다. [과학향이 나는 지리여행]은 평소 익숙한 곳이지만 잘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꾸며 매월 마지막 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자~ 오늘은 하천여행이다. 서둘러 가평으로 가보자. 계곡을 보러 말이다. 단풍은 한물 지났지만 늦가을 정취는 아직 괜찮을 것이다. 모처럼 DSLR을 챙긴다. 무거워 한참을 외면했던 망원렌즈도 만져본다. 줄무늬 가득한 연회색 암반 위로 쏟아질 노란 햇살이 벌써부터 마음을 재촉한다. 날이 푹하면 잠깐이나마 계곡물을 만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행선지는 경기도 가평군 북면 도대리. 군청 기점으로 북으로 8km 거리에 위치한 가평천 상류 지점이다. 가평천은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 등 1천m가 넘는 고봉들로부터 흘러나온 물줄기가 모여 만든 북한강 1차 지류. 북면 면사무소에서 좌회전해 75번 국도를 따라 5분 남짓 거슬러 달려가면 오늘의 지리여행지인 항아리계곡이 나온다. 이곳은 한 눈에 봐도 아이들과 함께 하면 딱 좋을 곳이다(사진 1). 사진 1. 가평천 항아리계곡. 해발 240m로 가평천 발원지로부터 11km 아래 지점에 위치한다. 호상편마암의 편리(片理)가 습곡을 받아 구불구불 휘어진게 신기하다. 항아리계곡. 말이 재밌다. 계곡이 항아리처럼 생겼단 얘기 같지만 그렇진 않다. 이곳에 ‘항아리’란 이름이 붙은 까닭은 이 가평천 바닥에 항아리들이 널려 있어서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항아리들이 보이질 않는다. 그 이유는 항아리들이 계곡 바닥 깊숙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항아리란 가평천 바닥에 파여진 돌개구멍, 즉 포트홀을 말한다(사진 2). 사진 2. 항아리계곡의 포트홀. 포트홀 속에 들어가 있는 자갈과 모래가 연마재 역할을 해 구멍의 깊이를 키우게 된다. 위아래 방향으로 절리가 깊게 지나가고 있다. 포트홀(pothole)은 ‘강바닥에 생긴 요지(凹地)’를 뜻하는 지형학 용어다.1 포트홀은 강바닥이 암반(岩盤)인 경우에 생긴다. 암반에 생긴 작은 틈에 모래와 자갈이 들어가 오랫동안 빙빙 돌면 항아리처럼 생긴 포트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포트홀을 만드는 침식작용을 마식(磨蝕, abrasion)이라 부른다. 맷돌이 도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 항아리계곡의 포트홀을 찬찬히 구경해 보자. 항아리계곡의 제원은 폭 30m, 길이 25m. 편마암 암반 위로 모두 140개가 넘는 포트홀들이 널려 있다(그림 1). 항아리처럼 생긴 것부터 재떨이같이 생긴 것까지 모양도 크기도 아주 다양하다. 얼마나 강물 힘이 세길래 암반에 저런 구멍들을 다 새겨놓은 것일까? 연회색 편마암을 길게 뚫고 들어온 하얀 석영맥(石英脈)에 시선이 쏠린다(사진 3). 마식을 받아 매끈하게 다듬어진 암반에 윤기가 흐른다. 그림 1. 항아리계곡의 포트홀 분포도. 그림 왼쪽이 상류,오른쪽이 하류다.사진 3. 항아리계곡의 호상편마암 암반을 관입한 석영맥.두께가 15cm나 된다. 항아리계곡의 포트홀은 이곳의 넓은 암반과 곡류의 합작품이다. 큰 비가 내리면 계곡 물은 삽시간에 불어난다(사진 4). 큰물은 그동안 계곡에 쌓였던 자갈과 돌가루를 들고 강바닥을 훑는다. 계곡을 사정없이 깎아내는 순간이다. 하천이 곡류하는 곳에선 침식력이 극도에 달한다. 하지만 비가 그친 후에도 계곡이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가 계곡을 무심코 보기 때문이다. 사진 4. 항아리계곡의 강우 시 모습(오른쪽 사진). 강우 시에는 하천의 하각침식이 활발히 일어나 계곡 모양을 바꾸게 된다. 암반 위로 올라가 보자.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포트홀이 보인다. 포트홀들이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게 재미나다. 석영맥을 따라 늘어선 길쭉한 모양의 포트홀들이 눈에 들어온다(사진 5). 석영맥보다 침식에 견디는 힘이 약해 저런 구멍이 파였을 것이다. 바위도 약한 놈은 깎이고 강한 놈은 살아남는다. 사진 5. 석영맥 가운데에 형성된 포트홀들 사진 6. 항아리계곡의 횡단면 모습. 넓이 30m의 이 계곡 바닥은 편마암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 왼쪽이 우안(右岸), 오른쪽이 좌안(左岸)이다. 사진 6은 항아리계곡의 횡단면을 찍은 것이다. 암반 두께가 우안은 3m, 좌안은 1.5m 정도로 제법 두껍다. 그런데 이 횡단면을 자세히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계곡 양쪽 높이가 같음을 알 수 있다. 좌우 높이가 같은 맨 위의 Ⅰ면(面), 그 아래의 Ⅱ면, 또 그 아래의 Ⅲ면, 현재 물이 흐르고 있는 Ⅳ면 등 이곳에서 모두 4개의 대칭면들이 발견된다(사진 7).2 사진 7. 항아리계곡은 계곡 좌우의 높이가 같은 4개의 단구면으로 구성돼 있다. 높이가 같은 면은 과거 가평천이 흘렀던 하상(河床, 강바닥)을 의미한다. 맨 처음 Ⅰ면 위를 흘렀던 가평천이 강바닥을 깎아 Ⅱ면 위를 흐르게 됐고, 그 다음엔 Ⅲ면을, 그리고 지금은 Ⅳ면 위를 흐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면을 단구면이라고 한다. 단구(段丘, terrace)란 과거 하천이 만들어 놓은 계단 모양의 평탄 지형을 말한다. 이곳은 암석단구와 같은 경관을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이 항아리계곡의 마식작용은 현재진행형이다. 투명한 물 밑 바닥 곳곳에서 큰 웅덩이들이 둥글게 깎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 포트홀들은 지금도 왕성하게 규모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우안에서 관찰된 사람 키보다도 더 깊게 파인 포트홀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수백 년이 지나면 이 항아리계곡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수년 전 문화재청은 항아리계곡의 포트홀 밀집도에 주목해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하였으나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진 않았었다. 왜냐하면 설악산과 지리산 등 깊은 계곡 곳곳에 선녀탕, 옥녀탕 등의 이름을 갖는 규모가 큰 포트홀이 산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가평천 항아리계곡은 포트홀의 밀집도가 높아 여전히 경관 보존가치가 높은 곳임엔 틀림없다. 하천 침식현상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이 항아리계곡은 아이들이 더 없이 좋아할 곳이다. 단, 이곳에서 조심해야 할 것 두 가지. 항아리계곡은 차들이 달리는 도로변에 위치한 관계로 차 세워둘 곳이 없어 위험하다. 도로에서 내려갈 수도 없다. 항아리계곡 옆에 새로 생긴 리조트나 계곡 아래의 항아리유원지를 이용하도록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물이 아주 차다는 것. 의외로 수심도 깊다. 어른들이 반드시 함께 해야 하는 이유다. 이것만 조심하면 항아리계곡은 가족끼리 탐구할 수 있는 즐거운 장소가 될 것이다. 1. 최근의 언론 자료에는 해빙기 때 아스팔트 도로에 파인 구멍도 포트홀이라고 하는데 본디 포트홀이란 하천 마식작용으로 생긴 항아리 모양의 구멍을 말한다. 2. Ⅰ면, Ⅱ면과 같은 단구면 명칭은 맨 윗면을 기준으로 해 붙인다. 예를 들어 단구면이 3개일 경우엔 맨 위부터 순서대로 Ⅰ, Ⅱ, Ⅲ면으로 부르면 된다. 1. 전홍근, 박종관, 2011, 가평천 포트홀의 형태 및 분포에 관한 정량 연구, 한국지형학회지, 18-4, 213-221. 2. 박종관, 2009, 가평천 돌개구멍, 2009 지형·지질문화재 정밀조사 보고서, 45-73, 문화재청. 글 : 박종관, 건국대학교 이과대학 지리학과 교수(http://jotra.com), 문화체육관광부 생태관광컨설팅위원장(MP) 사진, 그림: 박종관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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