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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MATH] 다기망양(多岐亡羊)과 미로
[MATH] 다기망양(多岐亡羊)과 미로

수학에는 매우 유명한 다리가 있다. 그것은 한붓그리기와 연관돼 있는 쾨니히스베르크 다리다. 한붓그리기 문제는 18세기 동(東)프로이센의 수도 쾨니히스베르크(현재의 칼리닌그라드)에 있던 프레겔 강의 다리 건너기를 바탕으로 한 초기의 위상기하학 문제다. 쾨니히스베르크는 프레겔 강을 아래의 그림과 같이 A, B, C, D의 4지역으로 나누고, 이 지역을 잇는 7개의 다리 ①, ②, ③, ④, ⑤, ⑥, ⑦을 놓았다. 그런데 이 7개의 다리에 대해 수학자들은 “같은 다리를 두 번 건너는 일 없이 이들 다리를 모두 건널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쾨니히스베르크의 일곱 개의 다리. 일곱 개의 다리와 연결된 네 지점을 각각 A, B, C, D로 표시했다. 여러 가지 경우를 시도해 보면 알겠지만 모든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는 경우는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몇 가지 경우를 시도해 본 것만으로 다리 건너기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명확한 증명이 필요했다. 스위스 출신의 위대한 수학자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는 이 문제를 보고 즉석에서 “다리 건너기는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했고, 1732년에 이 문제와 관련된 한붓그리기를 명확히 설명했다. 쾨니히스베르크 다리의 그림에서 A, B, C, D 지점을 꼭짓점으로 하고 일곱 개의 다리를 선으로 하는 그림 위의 쾨니히스베르크 다리의 지도에서 강으로 분할되는 네 지역 A, B, C, D를 꼭짓점으로 나타내고, 일곱 개의 다리를 네 꼭짓점을 연결하는 선으로 생각하면 위의 그림과 같이 간단한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결국 다리 건너기 문제는 ‘한붓그리기’ 문제가 된다. 한붓그리기란 말 그대로 주어진 도형을 그릴 때, 선을 한 번도 떼지 아니하면서 같은 선 위를 두 번 반복해서 지나지 않도록 그리는 일이다. 한붓그리기가 가능하려면 시작하는 점과 끝나는 점이 있고, 그 두 점 이외의 점은 모두 통과하는 점이 돼야 한다. 어떤 점이 한붓그리기의 시작점이라면 처음에 그 점에서부터 나가고, 들어오면 나가고, 다시 들어오면 나가고…, 몇 번을 반복하든지 들어온 다음에는 반드시 나가야 한다. 한붓그리기와 관련된 재미있는 놀이가 있다. 한 번 들어가면 드나드는 곳이나 방향을 알 수 없게 된 길인 미로다. 바로 이 미로가 시작하는 점에서 끝나는 점까지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는지를 찾는 한붓그리기인 것이다. 미로라고 하면 종이 위에 그려진 퍼즐이나 어린이 공원 같은 데 있는 미로를 생각하겠지만, 미로는 인간의 실생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미로가 실생활에 사용된 실제적인 예는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피라미드 속에는 죽은 왕과 함께 갖가지 보물들을 넣어 두었는데, 그 보물들을 도적이 훔쳐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미로를 만들었다. 모험 영화인 ‘인디애나 존스’, ‘미이라’, ‘해리포터’에서도 미로를 헤매고 다니는 주인공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유럽에서는 궁전의 안뜰에 미로를 만들어 공격해 온 적을 안으로 유인해 전멸시켰다는 전설도 있다. 영국의 브라이트라는 사람은 라는 책을 쓰고, 1971년에는 1.6km이상 되는 미로 정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런던의 서쪽 롤리트에 2.8㎢ 이상 되는 넓은 땅에 길이 3.2㎞나 되는 미로를 만들었는데, 도중에 터널과 다리가 있는 이 미로는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미로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에 김녕 미로공원이 있어서 미로에서 길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제주도에 있는 김녕 미로공원. 1997년에 문을 연 이 공원의 미로의 총 길이는 9백 32m고, 입구에서 출구까지 최단 코스는 1백 90m다. 입구에서 부터 시작해 출구까지 심어진 나무는 3m가 넘기 때문에 밖을 내다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미로에서 쉽게 길을 찾는 방법이 있다. 즉, 아무리 복잡한 미로라도 다음과 같은 차례대로 하면 그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① 세 면이 둘러싸인 곳이 있으면 그 곳을 지운다. ② 지워서 또 세 면이 둘러싸인 곳이 생기면 다시 지운다. ③ 위와 같은 과정을 반복해 마지막으로 남은 길을 가면 된다. → → 사실 한붓그리기와 미로는 모두 위상수학의 한 분야이다. 위상수학의 분야는 여러 가지인데, 그 중 한 가지는 어떤 도형을 자르거나 없애지 않고 구부리거나 늘려서 만들 수 있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분야다. 이와 같은 도형을 길이나 모양은 달라도 ‘위상’이 같다고 한다. 위상이 같은 지 아닌 지를 찾는 문제 중에서 안과 밖을 구분하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문제가 있다. 두 개의 그림 중에서 각각 안에 있는 자동차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 ① ② 위의 문제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두 개의 그림 각각에서 자동차로부터 밖으로 직선을 긋는다. 그리고 그려진 직선과 자동차의 길이 몇 번이나 겹쳤는지 세어 보자. 다음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홀수 번 겹치는 경우에는 자동차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짝수 번 겹쳤을 경우에는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① 자동차가 나가지 못하는 미로(7번 겹침) ② 자동차가 나가는 미로(6번 겹침) 위의 두 그림을 아래 그림과 같이 바꿀 수 있는데, 이들은 원 모양의 도형을 잡아 늘려 소용돌이 모양으로 바꿔 그린 것과 같다. 이 그림으로부터 사실 두 소용돌이와 자동차의 위치관계는 원과 자동차의 위치관계와 같음을 알 수 있다. 즉, 각각 위상이 같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가 빠져 나가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살펴보는 것도 사실은 미로의 일종인 것이다. 자동차는 처음부터 원 안에 있었고, 원을 늘려 소용돌이 모양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자동차가 소용돌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소용돌이를 홀수 번 통과해야 한다. 자동차가 소용돌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소용돌이를 짝수 번 통과해야 한다. 한편, 미로와 관련된 고사성어도 있다. ‘달아난 양을 찾는데 길이 여러 갈래로 갈려져 있어서 양을 잃었다.’는 뜻의 다기망양(多岐亡羊)은 곧 학문의 길이 다방면으로 갈려 진리를 찾기 어려움을 비유하기도 하고, 어떤 일에 대하여 방침이 많아 앞으로 나아갈 바를 모를 때 사용하는 사자성어다. 이를테면 국제 정세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할 때, ‘국제정세는 다기망양’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이 말은 , ‘설부편(設符篇)’에 나오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주장했던 양자(楊子, 이름은 주(朱), B.C. 395?~335?)와 관련된 이야기다. 어느 날 양자의 이웃집 양 한 마리가 달아났다. 그래서 그 집 사람들은 물론 양자네 집 하인들까지 청해서 양을 찾아 나서자 양자가 물었다. “양 한 마리 찾는데 왜 그리 많은 사람이 나섰느냐?” 양자의 하인이 대답했다. “예, 양이 달아난 쪽에는 갈림길이 많기 때문입니다.” 얼마 후, 모두들 지쳐서 돌아왔다. “갈림길이 하도 많아서 그냥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양을 못 찾았단 말이냐?” “예. 갈림길에 또 갈림길이 있는지라 양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통 알 길이 없었습니다.” 이 말을 듣자 양자는 우울한 얼굴로 그날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자들이 그 까닭을 물어도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현명한 제자가 선배를 찾아가 사실을 말하고 스승인 양자가 침묵하는 까닭을 물었다. 그 선배는 “선생님은 ‘큰길에는 갈림길이 많기 때문에 양을 잃어버리고 학자는 다방면으로 배우기 때문에 본성을 잃는다. 학문이란 원래 근본은 하나였는데 그 끝에 와서 이 같이 달라지고 말았다. 그러므로 하나인 근본으로 되돌아가면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시고 그렇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하시는 것이라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수학에서는 아무리 복잡한 미로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풀이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을 찾는 것이 수학을 즐거움이 아닐까? 다기망양(多岐亡羊) : 多:많을 다. 岐:가닥나뉠 기. 亡:잃을 망. 羊:양 양. 글 :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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