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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중심적 복지정책에 대한 비판적 고찰

  • 과제명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의 실태와 과제

  • 주관연구기관

    한국노동연구원
    Korea Labor Institute

  • 연구책임자

    홍민기

  • 참여연구자

    홍백의   윤자영   박제성  

  • 보고서유형

    최종보고서

  • 발행국가

    대한민국

  • 언어

    한국어

  • 발행년월

    2013-12

  • 과제시작년도

    2013

  • 주관부처

    국무조정실

  • 사업 관리 기관

    한국노동연구원
    Korea Labor Institute

  • 과제고유번호

    1105007383

  • DB 구축일자

    2014-07-05

  • 초록 


    ...


    ◈ 일자리는 충분한가? : 고용구조 변화의 추세와 함의
    본 연구에서는 고용중심적 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타당하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은 유급노동이 자립으로 이끄는 최상의 길이며 그 일자리는 충...

    ◈ 일자리는 충분한가? : 고용구조 변화의 추세와 함의
    본 연구에서는 고용중심적 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타당하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은 유급노동이 자립으로 이끄는 최상의 길이며 그 일자리는 충분하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완전고용에 근거하고 있다. 과연 일할 의욕을 가지고 노력하면 빈곤에서 벗어나고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가 충분한가? 고용구조의 변화양상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제조업에서는 고용없는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고, 서비스업에서는 일자리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에서 기술진보가 빠르게 일어나고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고용량은 감소한다. 반면 서비스 활동이 특화되면서 서비스고용 비중이 증가한다. 한편, 정부 부문이 확장되면서 사회서비스가 증가하고, 자본주의 시장 영역이 확장되면서 개인서비스 고용이 증가한다. 서비스산업에서는 기술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기 어려운 데다가 경쟁이 심해서 부가가치가 낮고 임금도 낮다. 현재 한국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일자리는 저임금서비스 일자리로서 근로빈곤의 원천이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발전국의 노동투입량은 큰 변화가 없고 서로 수렴하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매우 노동투입량이 큰 편인데, 추세로 보아 노동시간을 급격히 줄인다고 하더라도 고용량이 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고용증가의 원천은 투자이다. 그런데 투자증가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자본수익률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일부 제조업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노동절약적 기술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면서 고용이 늘지 않고 있다. 투자가 하락하면 전체적으로 고용이 증가할 가능성도 낙관할 수 없다.
    취업자의 소득은 가구지출을 감당할 만큼 충분하지 않으며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현재 더욱 시급한 문제는 일자리의 수가 아니라 소득이 충분히 보장되는 일자리가 없다는 것, 그러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고용촉진정책 대상은 거의 대부분 취약계층이다. 정부의 고용촉진정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인데, 현재 일자리의 구조상 이러한 목적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취업하게 되는 일자리는 저임금 일자리이다. 정부의 고용촉진정책은 의도의 순수성과는 달리 근로빈곤층을 유발하고,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공급을 증가시켜서 임금을 낮추는 압력이 된다.
    ◈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의 효과 분석
    본 연구의 목적은 대부분의 서구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복지국가 위기 이후에 새로운 복지 개혁의 방향으로 삼고 있는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의 타당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의 개념에 대해 살펴본 후, ‘고용중심적 복지’의 발달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여 그 발달적 특징과 본래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대표적인 국가들의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의 현황을 고찰하고, 이후 이러한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의 효과에 관한 기존 연구를 검토하였다. 끝으로, 이러한 연구 결과가 우리나라 정책 발전에 함의하는 바를 간략하게 논의하였다.
    현대적 의미의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이 등장하고 확산된 배경에는 자본주의 경제위기와 재정적자로 인해 복지국가의 위기가 도래한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의 개념은 국가들마다 그 내용과 구성이 매우 다르게 설계되고 집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근로연계형 복지(workfare)’라는 개념으로 사용되며, 이는 복지 수급자에게 급여 수급을 위해 근로를 의무화하는 정책으로 매우 좁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반면, 영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는 ‘일을 통한 복지(welfare-to-work)’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복지 수급자뿐만 아니라 청년과 노인 등 노동시장으로의 접근성이 제약되어 있는 대상을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는, 즉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활성화(activation) 정책을 포함하는 다양한 복지 체계로 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역사적 발달 과정을 통해 고용중심적 복지의 성격을 고찰해 보면, 사회 구성원의 시민권의 확장 과정이기보다는 빈자에 대한 통제 수단 혹은 자본주의적 생산 메커니즘의 보조적 조율 장치로서의 기능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유럽의 노동시장 활성화 정책은 복지국가 유형에 관계없이 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따라 그 구체적인 정책의 성격이 변화된다는 점에서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의 내재적 성격이 시민권의 확대이기보다는 자본주의적 생산 메커니즘의 보조적 조율 장치로 기능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이 가져온 효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의 경우, 복지 수급에 대한 ‘제재 조치’를 중심으로 정책을 수행하였으며, 표면적으로는 수급자 감소와 빈곤율 하락이라는 정량적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탈수급자의 삶의 질을 고려해 보면 ‘제재 조치’로 인해 노동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나, 매우 열악한 일자리에서 고용과 실업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유럽의 경우에도 많은 나라에서 미국처럼 수급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제재 조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제재 조치’의 실제 사용 여부에 대해 직원의 재량이 많이 주어지고 있으며, ‘제재 조치’ 이외의 다양한 활성화 정책이 종합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은 자본주의 생산 및 축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복지 수급자에 대한 잘못된 믿음(myth)에 기초하여, 불확실한 성과를 스스로 자축(ceremony)하고 있는 형상이다. 이제 노동시장에서의 지위가 취약하고, 사회적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을 재통합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본 소득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때이다.
    ◈ 고용중심적 복지와 돌봄노동에 대한 젠더 관점
    노동과 사회정책은 노동의 본질과 성격, 노동시장의 구조와 기능, 무급노동/경제와 유급노동/경제의 관계 등에 관한 특정의 전제와 가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특정의 전제와 가정에 기반을 둔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현상과 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사회보호 체계 밖에 있는 유급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돌봄의 공백이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돌봄 사회화 정책들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일에 대한 관념, 특정 맥락에서 수행되는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본적인 전제와 가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두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의 문제와 과제가 젠더적 관점에서 분석할 때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구체적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이 유급노동 중심으로 개념화된 역사 혹은 담론이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추진된 노동 및 복지정책이 여성과 아동의 복지에 대해 갖는 영향과 함의를 논의한다. 둘째, 사회정책이 고용과 돌봄 측면에서 균형적인 사회통합을 모색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은 화폐의 거래를 매개로 한 일에 우위를 두는 주류 경제학의 노동 개념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인간생활의 공급(social provisioning)을 강조하는 관점은 GDP에 기반한 성장을 경제 발전과 동일시하지 않고,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재화와 생산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발전하고 사고한다. 무급으로 제공되는 돌봄노동은 시장 경제의 기능과 작동에 필수불가결함에도 불구하고 고용중심적 정책은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서 필요한 돌봄의 필요성을 무시해 왔고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노동 능력을 소진시켜 왔다. 정책이란 ‘좋은’ 행위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효율적인 성과를 내는 것을 추구하는데, 고용중심적 정책은 ‘좋은’ 행위를 유급노동이라고 상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복지국가의 개혁과 전개 과정은 돌봄노동에 대한 유급노동에 우위를 두면서, 돌봄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노동시장에 진입시키면서 고용을 우선시하는 규범을 강화하고 노동시장 밖의 모성에 대한 지원을 축소했다. 1990년대 미국의 복지 개혁은 여성의 고용에 대한 기대를 변화시키고 전업 돌봄제공자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복지 개혁은 프레이져가 분류한 고용-돌봄의 옵션 가운데 ‘보편적 생계부양자’ 모델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었다. 보편적 생계부양자 모델에서는 모든 성인은 고용되어야 하며, 아이는 본질적으로 고용에 대한 장애로 기능하기 때문에 아동 양육은 공적 영역에 위치되어야 한다. 돌봄은 자기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대신해 주어야 좋은 것으로 위치되었다. 미국 복지개혁에 관한 연구들은 복지 개혁의 성공을 복지 수혜자 사례 수의 감소와 탈수급자의 고용률 증가로 측정하면서 보육서비스의 낮은 질이나 아동 방치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이러한 복지 개혁은 복지 수급자를 일을 하지 않는 ‘의존자’로 가정하는 ‘의존 담론(dependency discourse)’을 강화했다. 그러나 의존 담론은 많은 남성들이 여성이 제공하는 돌봄과 가사노동에 사실상 ‘의존’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경제 성장이 주요한 사회 정책의 목표가 되면서 사회통합의 수단으로서 고용을 강조하는 정책이 표면화되었다. 영국의 복지 개혁 또한 소위 ‘노동 윤리’를 전제로 추진되었다. 노동을 유급노동과 동일시하고 유급노동을 돌봄노동, 자원봉사/지역 봉사 활동 등의 다른 시민 활동보다 우위에 놓았으며 그러한 형태의 활동을 저평가했다.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인화(individualization)라는 복지국가 개혁의 방향도 자립, 자율, 독립과 같은 강력한 이념 위에 서서 북구 사민주의 방식의 정책을 지향하면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사회정책에서의 보육에 대한 강조, 사회보장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접근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강조했다. 고용을 통해 남성과 동등한 시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믿음은 성인근로자 모델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성인근로자 모델로의 이동은 소위 소극적 복지와 반대되는 ‘적극적’ 복지를 강조하고 권리가 아니라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더 큰 사회정책적 방향 안에 맥락화되어 있어 거부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로 인하여 성인근로자 모델은 이념대로 양성평등을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못하다. 북구 유럽을 포함한 국가들에서 여성의 파트타임 근로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놓고 보더라도 성인근로자 모델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노동시장 참여의 중요성 측면에서만 양성평등은 부분적이고 도구적인 방식으로 언급되고, 돌봄노동의 가치 부여와 공유의 측면은 강조되지 않는다. 돌봄노동의 상품화에 기반을 둔 성인근로자 모델은 시장에서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태이든 직접 서비스를 지원하는 형태이든 양성평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하기 어렵다. 돌봄을 ‘완전하게’ 상품화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상품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돌봄노동의 특성이라면 돌봄노동을 상품화하는 전략과 함께 남녀, 그리고 개인과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돌봄노동을 남성의 ‘생산적 노동’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 등가적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에 국가가 대응하고 있는 방식은 고용중심적 사회정책의 전개였다. ‘생산적복지’와 사회투자국가론에 기반한 아동보육서비스 확대 정책이 목표로 한 집단은 바로 ‘비생산적’ 인구라 여겨졌던 무급 돌봄노동을 전담하고 있던 여성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봄은 성장잠재력을 가지는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갖는 수단으로 전제하고 시민의 권리로서 돌봄에 대한 인식은 원천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연화된 노동시장에서 여성 노동시장은 양극화되었고, 상품화 된 돌봄노동은 여성 저임금 일자리의 형태로 등장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추진된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은 유급근로자에 대한 돌봄 지원이나 가족 내 돌봄 지원, 유급노동과 무급 돌봄노동에 대한 균형잡힌 접근과 이해를 외면하거나 차단했다. 일·가정 양립정책은 시장노동에 참여하고 있는 혹은 참여할 여성의 돌봄노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여성의 시장노동 참여에 우위를 두고 있다. 이러한 일․가정 양립정책, 여성의 상품화를 촉진하는 정책은 고용을 기반으로 한 혜택을 온전히 보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육아휴직과 같은 고용중심 복지의 혜택은 비공식․비정규 고용이 만연한 노동시장 맥락에서 크게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논의의 탈상품화 - 상품화 - 탈가족화 - 가족화 논의는 시장노동과 돌봄노동을 둘러싼 성별 분업에 대한 함의에 집중되어 있다. 탈가족화를 사회적 돌봄의 확대로 보는 쪽에서는 서비스의 사회화를 추진하면서 서비스의 공급 방식과 그 영향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가족의 돌봄 수행과 그 의미, 사회적 돌봄을 중심으로 한 탈가족화 논의가 다시 여성의 일-돌봄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에 대해서는 외면한다. 가족화 정책도 상품화 권리를 전제로 한 육아휴직에 한정하여 논의함으로써 상품화 맥락 밖에서 가족화가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원칙하에서 추진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부족하다. 이렇게 상품화를 위한 돌봄의 사회화에 국한하는 탈가족화 정책은 가족 내 돌봄 제공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상품화를 저해하는 것으로 본다. 보육서비스-양육수당에 대한 대립적 이해는 상품화를 위한 돌봄 지원만 ‘바람직한’ 돌봄 지원으로 상정한다. 예를 들어, 보육시설 확대는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장려하고 양육수당은 돌봄노동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여 여성이, 특히 저소득층 여성이 시장노동 대신 전업 엄마 노릇을 선택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탈가족화가 노동시장의 성별 직종분리를 포함한 사회적 성별 분업을 강화하고 있거나, 분업이 가능한 기혼부부를 모델로 정책의 효과를 단정하고 있다거나, 전업으로 돌봄노동을 수행하고자 하는 여성의 욕망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 특히 왜 저소득층 여성은 돌봄노동에 대한 권리가 박탈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고용중심 복지정책이 여성의 시장노동 참여를 강조하는 한편 돌봄노동에서의 공평한 남녀 공유를 위한 적극적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장노동에 참여하는 여성은 기존에 수행하던 돌봄노동에 시장노동을 얹어 이중 노동 부담의 짐을 떠맡고 있다. 돌봄의 사회화를 중심으로 한 탈가족화 전략은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불평등을 계층 간 여성의 차이로 이동시키면서 사회적 성별 분업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가족이 사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돌봄노동은 여성이 시장노동에 포섭되지 않는 한 여전히 개별 가족과 여성의 몫으로 남겨져 있지만 그러한 노동은 여전히 비가시화되고 있다. 탈가족화-가족화 논의에서 가족 돌봄을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의 부족은 가족 돌봄을 저평가하는 일련의 암묵적인 가족화 정책들에 비판도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돌봄노동에 대한 지원을 통합할 수 있는 사회정책 방향에 대한 정책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우선, 돌봄노동은 개인에게는 비용이지만 사회 전체에는 ‘투자’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투자’는 사회투자론과 거리를 둔다. 돌봄의 기회비용 상승은 바로 다른 생산 부문에서의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그러한 비용을 지불할 자원은 사회적으로 존재한다. 재분배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보편 근로자-양육자 모델을 지향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질 좋은 보육서비스의 재원과 조직을 국가가 지원하고 보편 돌봄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공적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일정 정도 가족이 무급으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그러나 무급 돌봄 제공에서의 성별 분업을 완화할 수 있도록 재정을 사용해야 한다. 구체적인 정책방향은 다음과 같다. 장기적인 비전은 규범으로서 유급노동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 고소득자에게 강하게 누진적인 세율을 적용하여 노동시간을 감소의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소득세 인상이나 누진세 강화가 근로의욕을 감퇴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은 유급노동만을 ‘좋은 행위’로 전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첫째,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가족 내돌봄 지원이 필요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의 방식이 갖는 성별 함의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시간제노동을 장려하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여성 고용률을 높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장의 ‘가족친화성’ 향상에 별 기여를 하지 못한다. 일반 근로자, 즉 남성 전일제 근로자보다 짧은 시간을 일하는 여성 시간제 근로자의 가족 책임의 요구와 필요는 사업장에서 ‘비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상품화 맥락 밖에서 수행되는 가족돌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가족수당이나 아동수당을 지급하여 경제적 의존자의 복지가 가족(아동의 경우 부모)에게 의존하는 정도를 완화하는 탈가족화 정책은, 돌봄이 필요한 자가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가족으로부터 받을 수 있고, 그러한 경제적 의존자에게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상품화 맥락 밖에 존재하는 가족 돌봄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가족 돌봄의 남녀 간 분담을 기대하거나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셋째, 기본 소득은 이와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일, 복지, 생산 등의 관계에 접근하고자 한다. 시장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소득을 지불함으로써 ‘생산’적인 행위를 시장노동에 한정해서 사회권과 사회보호를 제공하는 패러다임을 지양한다.
    ◈ ‘고용’의 극복과 ‘노동’의 회복
    이 글은 “노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노동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끝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노동의 의미를 탐구하는 노동도 언제나 새로운 노동의 시작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노동을 定意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다양한 표상(表象)과 변용(變容)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노동의 특정한 표상 양식에 매몰되지 않고 보편을 사유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선험적 노동 개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지금 여기의 고유한 문제 양식을 검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노동을 산업사회의 특수한 노동 형식인 임금노동 그리고 그것의 정책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고용’에 국한시켜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에 두꺼운 의미 외벽을 둘러치고 노동과 노동 아닌 것 사이의 절대적 단절을 시도하는 논의에도 분명히 반대하고자 하였다. 노동 그 자체는 선(善)도 아니며 악(惡)도 아닌 것이다. 노동을 순수한 선으로만 바라볼 때 노동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될 것이며 노동을 하지 않는 자 예컨대 실업자는 시쳇말로 ‘루저’가 될 것이다. 반대로 노동을 순수한 악으로만 바라볼 때에는 노동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것이 될 것이며, 노동하는 자 곧 노동자가 ‘루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공리주의적 양단(兩端)은 꼭 좌파나 우파 혹은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의 바람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고, 가령, ‘노동의 가치(valeur du travail)’라는 이름 아래 노동은 좋은 것이니 많이 할수록 좋은 것 아니냐면서 노동시간을 늘리려고 했던 프랑스의 사르코지 정부의 예가 희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나, 실업과 빈곤의 악순환 속에서 장시간노동을 할 수 있는 처지 자체가 하나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한국의 모습이 비극적으로 웅변하는 것처럼, 때로는 역설적인 상황을 낳는다. 반대로, 노동시간의 단축은 ‘주로’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내거는 요구 사항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주의가 이룩한 가장 뿌듯한 업적”이기도 하다. 슈마허는 냉철하게 지적한다. “현대 산업주의의 근본 목표는 노동을 만족스럽게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있습니다. 산업주의가 이룩한 가장 뿌듯한 업적은 노동시간을 절약한 것이며, 이로 인해 노동은 달갑지 않은 것으로 낙인 찍히게 되었습니다.” 달갑지 않은 일을 하면서 자부심을 느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노동자의 삶은 품위 없는 삶이 되고 만다.
    하지만 노동의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노동 없는 삶 혹은 좀 더 온건하게 표현해서 노동을 벗어난 삶에서 품위를 찾으려는 시도는 그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인간의 실존성(實存性)을 배반하고 오히려 삶의 총체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그것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 귀족의 삶이나 조선시대 양반의 삶을 희구하는 것에 불과하며, 노동하는 자는 적자생존에서 밀린 패배자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그런 구도에서라면 노동을 덜하는 것외에 ‘좋은 노동’을 위한 기획은 들어설 자리가 없게 된다.
    파스칼은 “인간은 천사도 아니고 야수도 아니다”라고 갈파하였다. 인간이 모순적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노동도 마찬가지로 모순된 것일 수밖에 없다. 그 모순의 어느 극단으로 내몰리지 않으면서 삶의 총체성을 지향하는 것처럼, 노동의 양가성(兩價性)을 부정하지 않고 ‘그 양단을 두드리면서[叩基兩端]’ 조심스럽게 길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의 실존(實存)이 아닐까 생각한다.


  • 목차(Contents) 

    1. 표 지 ... 1
    2. 목 차 ... 3
    3. 표 목 차 ... 6
    4. 그림목차 ... 7
    5. 요 약 ... 9
    6. 제 1 장 서 론 ... 21
    7. 제 2 장 일자리는 충분한가? : 고용구조 변화의 추세와 함의 ... 24
    8. 제1절 머리말 ... 24
    9. 제2절 고용구...
    1. 표 지 ... 1
    2. 목 차 ... 3
    3. 표 목 차 ... 6
    4. 그림목차 ... 7
    5. 요 약 ... 9
    6. 제 1 장 서 론 ... 21
    7. 제 2 장 일자리는 충분한가? : 고용구조 변화의 추세와 함의 ... 24
    8. 제1절 머리말 ... 24
    9. 제2절 고용구조의 현상 ... 25
    10. 1. 일자리 양극화 ... 25
    11. 2. 일자리 없는 성장 ... 28
    12. 제3절 원인 : 기술변화와 탈산업화 ... 30
    13. 1. 기술변화 ... 30
    14. 2. 산업구조의 변화 : 탈산업화 ... 36
    15. 제4절 일자리는 늘어날 수 있는가? ... 42
    16. 1. 고용률의 변화 ... 42
    17. 2. 투자와 고용 ... 45
    18. 3. 임금과 가계지출의 격차 ... 48
    19. 제5절 고용촉진정책의 효과와 목적 ... 50
    20. 1. 고용촉진정책의 효과 ... 50
    21. 2. 근로의욕이 낮은가? ... 52
    22. 제6절 소 결 ... 54
    23. 제 3 장 고용중심적 복지정책의 효과 분석 ... 56
    24. 제1절 머리말 ... 56
    25. 제2절 고용중심적 복지의 개념 ... 58
    26. 제3절 고용중심적 복지의 성격 ... 61
    27. 1. 미국의 근로연계형 복지의 역사 ... 61
    28. 2. 유럽의 활성화 정책의 역사 ... 64
    29. 3. 1990년대 중반 이후 ... 67
    30. 제4절 고용중심적 복지의 현황 ... 68
    31. 1. 미 국 ... 69
    32. 2. 중앙집권적 유럽형 : 영국 ... 71
    33. 3. 분권적 유럽형 : 독일 ... 73
    34. 4. 사회적 통합형 : 프랑스 ... 76
    35. 제5절 고용중심적 복지의 효과 ... 79
    36. 1. ‘고용 중심적 복지’의 효과 ... 79
    37. 2. 효과성 평가의 문제점 ... 89
    38. 제6절 소 결 ... 92
    39. 제 4 장 고용중심적 복지와 돌봄노동에 대한 젠더 관점 ... 97
    40. 제1절 머리말 ... 97
    41. 제2절 고용과 ‘노동’ ... 99
    42. 제3절 고용중심 복지정책과 돌봄노동 ... 101
    43. 1. 서구 복지개혁과 돌봄노동 ... 102
    44. 2. 한국의 고용-복지정책과 돌봄노동 ... 111
    45. 3. 돌봄통합적 사회정책 ... 125
    46. 4. 소 결 ... 137
    47. 제 5 장 ‘고용’의 극복과 ‘노동’의 회복 ... 139
    48. 제1절 머리말 ... 139
    49. 제2절 노동(종속)에서 고용(종속+복지)으로 ... 140
    50. 제3절 짧았던 체리의 계절) : 고용 모델의 파괴 ... 145
    51. 제4절 탈노동사회론의 문제 의식 및 그 비판 ... 150
    52. 제5절 노동과 삶의 총체성을 위하여 ... 159
    53. 제6절 공리주의(功利主義)는 어떻게 양극화를 초래하는가? ... 166
    54. 제7절 필라델피아 정신과 노동의 교의적 기초 ... 175
    55. 제8절 소 결 ... 181
    56. 제 6 장 결 론 ... 184
    57. 참고문헌 ... 187
    58. 끝페이지 ...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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