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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와 ‘보안’ 다 잡는 양자인터넷

사이언스타임즈

2014-12-15


주말 저녁 모처럼 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맞은 임모씨(42)는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를 다운로드 받으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낭패를 봤다. 인터넷 속도가 주중과는 다르게 현저히 느렸기 때문이다.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니 주말이라 접속자수가 많아서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분을 망친 임씨는 다운로드 받는 것을 포기하고 컴퓨터를 껐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인터넷은 데이터의 양이나 사용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중앙 서버에 단말기를 접속하는 ‘클라이언트-서버(Client-Server)’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대량의 데이터를 얻기에는 적합하지만, 데이터의 양이나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속도는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양자(Quantum)의 주요 특성을 이용하면, 정보량이나 사용자가 아무리 증가해도 속도가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해킹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완벽한 보안 기능을 갖춘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속도 빠르고 보안이 뛰어난 양자인터넷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뉴사이언티스트(Newscientist)는 양자의 주요 특성인 파동(Pulse)에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인 차세대 인터넷 시스템이 통신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복제가 불가능한 양자로 인해 암호의 기밀성까지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양자를 활용한 양자인터넷(Quantum Internet)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지난해 미 국가안보국(NSA)과 연방수사국(FBI)이 인터넷을 통해 비밀리에 국민을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그 사건을 통해 인터넷이 보안에 대단히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당시 사건을 보도했던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NSA는 야후와 구글의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에 침입하여 전송되는 데이터를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두 회사는 모든 통신 시스템을 암호화 했지만, 데이터가 기존 인프라에 의존하는 구조인 이상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인터넷 감청 사건이 양자인터넷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은 맞지만, 사실 이 같은 개념은 오래전부터 정립되어 개발되어 왔다. 특히 지난 2004년에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과학자들이 양자인터넷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양자메모리(Quantum Memory)를 처음 개발하면서부터 양자인터넷의 현실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양자인터넷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자가 가진 빛 정보를 측정하고 보관하는 데 필수적인 양자메모리가 필요하다. 원자 속에서 빛에 담긴 정보를 인지하고 저장할 수 있는 양자 메모리가 있어야만 네트워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코페하겐대 연구진은 “기존의 인터넷은 정보의 양이 증가함에 따라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하며 “이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기술을 고민했고, 이에 따라 원자메모리를 활용한 양자인터넷이 그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거리 통신이 어려운 양자인터넷

현재의 인터넷 암호화 기술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완벽히 제 3자의 암호해독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암호를 해독하는 데 필요한 암호화키를 통신 중 도청하면 아무리 어려운 암호라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자인터넷에서는 빛의 입자 상태인 광자를 양자 암호로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데이터 자체는 일반 인터넷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송되지만, 암호화 압축에 필요한 암호화키 생성에는 양자 암호를 사용한다.
양자인터넷은 이 양자 암호를 광케이블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송하고 압축에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양자 자체가 복제 불가능해 암호의 기밀성이 높아진다. 만일 광자를 중간에 가로챈다고 해도 광자는 원래 상태에서 바뀌는 성질이 있어 도청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만약 광자가 유출이 되면 암호화키를 삭제하고, 다시 통신을 재개하면 안전한 정보 전달이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기존 암호화 기술이 해독의 난이도를 높여 해독을 어렵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면, 양자 암호화는 암호의 도청이나 해독을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궁극의 암호화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양자인터넷도 나름대로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원거리 통신이 힘들다는 점이다. 기존 통신 시스템은 원거리 송·수신을 위해 일정한 거점마다 신호를 복사하고 증폭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양자인터넷은 이런 릴레이가 힘들다. 지난 2012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연구진이 143킬로미터(㎞) 유선 통신에 성공한 것이 현존하는 최장 기록이다.
광케이블을 이용하는 유선통신 기록이 이 정도니 무선통신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더군다나 무선 양자인터넷은 날씨와 외부 환경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용화는 아직 요원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처럼 양자인터넷의 현실은 여전히 물음표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통신 시스템의 실현을 위해 지금도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유선 통신의 경우 미국의 독립 연구기관인 바텔기념연구소(Battelle Memorial Institute)는 양자인터넷을 이용하여 미국 영토를 횡단하는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동해안에 있는 보스턴에서 서해안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의 영역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일본 오카노미주대의 교수로 재직 중인 사이먼 데비트(Simon Devitt) 박사와 연구진은 해저에 양자 중계기(Quantum Repeater)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양자의 도달 거리를 연장해주는 중계기는 그동안 소규모 공간에서만 테스트를 거쳤다. 따라서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설치 작업은 거의 모험에 가까운 상황이다.
데비트 박사는 “양자 중계기들을 설치하는 작업을 누군가 도전해봐야 글로벌 양자 인터넷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며 “중계기들을 적재한 컨테이너선들이 바다를 가로질러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서버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시도가 다소 무모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성공만 하면 전송 속도가 우수한 신개념의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선통신의 경우는 국내 연구기관들이 앞서 나가고 있다. 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오는 2017년 말까지 약 100미터 거리에서 사용 가능한 군용 양자 무선인터넷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ETRI의 관계자는 “성공만 한다면 인접한 함정과 함정 사이, 또는 부대와 부대 사이에서 100퍼센트 안전한 통신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하며 “중국의 경우 오는 2016년까지 양자통신용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언급했다.